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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노동당 1945년 총선 강령

“미래를 향하자”

[해설] 1945년 7월 5일의 영국 총선에서 노동당은 48.3%의 지지를 얻어 하원 총 604석 중 393석을 차지하는 대승을 거뒀다. 전쟁 영웅 윈스턴 처칠(보수당)을 물리치고 집권당이 된 것이다. 당시는 유럽 전선에서 포화가 멎은 지 석 달 정도 뒤였고 아시아 전선에서는 아직 전쟁이 끝나기 전이었다. 클레멘트 애틀리를 수상으로 하는 노동당 신정부는 이후 1950년까지 5년 동안 사회 개혁을 단행했다. 지금도 영국 복지제도와 공공부문의 골간을 이루는 것들(대표적으로는, 영국의 무상공공의료제도인 국민보건서비스NHS)이 이때 대부분 만들어졌다. 애틀리 정부는 ‘영국 노동당 역사상 가장 진지하게 개혁을 추진한 정부’로 평가받는데, 이게 결코 공치사는 아니라 할 수 있다. 1945년 총선에서 노동당이 내건 강령도 그 때까지 노동당 역사상 가장 급진적인 것이었다. 아래의 내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강령은 대공황과 전쟁을 겪으며 완전고용의 달성을 희구하게 된 당시 민중들의 열망을 반영하고 있다. 그런데, 이때는 (신자유주의 시대인 지금과는 달리) 자본가와 보수세력도 케인즈주의를 수용하여 완전고용을 경제 정책의 목표로 삼았고, 이를 위해 국가가 경제에 적극 개입하는 것을 지지하고 있었다. 단순한 국가 개입 여부만으로는 좌와 우의 차이가 명확히 드러나기 힘든 형편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아래의 노동당 강령은 공공부문을 어느 정도나 확대하려 하는지를 통해 그 차이를 드러내려 한다. 공공부문을 최소화하려는 보수당과 달리 노동당은 석탄, 철강 등의 사양 산업에서는 사기업에 대한 국공유화까지 추진하려 한다는 것이다. (전후 상황을 자세히 설명하는 강령의 앞부분과, 지금은 낡은 내용으로만 보이는 사회복지 관련 부분은 번역에서 제외했다.)

만인을 위한 일자리

모든 정당들이 하나같이 다 만인을 위한 일자리를 떠들어댄다. 모든 정당들이 다 국가 구매력을 유지하고 정부 개입을 통해 국가 수지 변화를 통제함으로써 이런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민간부문의 통제 수준을 놓고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완전고용 프로그램의 성공 여부는 정부가 공공부문뿐만 아니라 민간부문의 투자와 개발 정책까지 이 프로그램에 얼마나 단호하게 그리고 성공적으로 동원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는 게 엄연한 진실이다.

다른 당들[보수당, 자유당-역자]도, 나라가 심각한 실업난에 빠지는 한, 민간부문을 진작하기 위해 국가 개입을 충분히 활용할 태세는 되어 있다. 하지만 정부의 통제를 받지 않는 민간 영역에서 불황이 너무 심각해져서 지금의 공적 개입 수준으로는 균형을 맞추기 힘들게 될 경우(앞으로 분명히 드러나게 될 텐데), 다른 당들은 공적 개입의 범위가 확대되어 한다는 결론을 내릴 태세는 돼 있지 못하다.

저들은 말한다. “완전고용, 좋지! 민간부문을 너무 간섭하지 않고서 달성할 수만 있다면 말이야.” 반면에 우리는 말한다. “어떤 일이 있어도 완전고용을 달성해야 한다. 만약 만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산업 전반에 대한 공적 통제력을 강화해야 한다면,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 재벌들이 호사를 누리게 하기 위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실업수당이나 타는 신세가 되는 일은 이제 끝장내야 한다. 수백만의 일자리를 뺏고 비참한 상황에 빠뜨리면서 얻어지는 소수의 이른바 ‘경제적 자유’라면, 그것은 너무도 값비싼 것이다.”

노동당은 무엇을 할 것인가?

첫째, 토지, 원자재, 노동 등 나라의 모든 자원을 완전고용해야 한다. 생산을 최고 수준으로 높여야 하며 구매력과 연동시켜야 한다. 과잉생산이 공황과 실업의 원인은 아니다. 그 원인은 바로 과소소비다. 우리나라가 전시(戰時)를 제외하고 과연 생산 역량을 모두 활용해본 적이 있었는지 의문이다. 이런 상황은 교정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 인민의 생활수준은 상품을 생산하고 생산물의 공정하고 인간적인 분배를 이룰 수 있는 우리의 능력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둘째, 높은 수준의 견실한 구매력은 괜찮은 임금, 사회적 서비스와 보험, 그리고 저소득 계층에게 부담을 덜 주는 조세를 통해서만 유지될 수 있다. 하지만 물가가 오르면 화폐와 저축이 그 가치를 상실하기 때문에 당연히 금리와 생활필수품 가격에 대한 통제가 필요하다.

셋째, 핵심 산업과 주거, 학교, 병원 그리고 시민 센터들에 대한 계획적 투자가 자본 지출의 막대한 부분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국민투자위원회(National Investment Board)를 설립해서 사회적 우선순위를 결정하고 민간부문의 투자 속도를 촉진할 것이다. 적절한 기회를 봐서 효율적인 정부 소유 공장들의 용도를 군수 생산에서 평화 시의 필요에 부응하는 방향으로 바꿀 것이다. 어디에 새로 공장을 지을지 적절히 통제할 것이며, 꼭 필요한 곳에 정부 소유 공장들을 세울 것이다. 새로운 영국의 그 어느 곳도 낙후 지역이 되어선 안 된다.

넷째, 잉글랜드은행[당시까지만 해도 민간은행 성격을 갖고 있던 영국의 발권은행-역자]과 그 금융 권력은 공적 소유 아래 놓여야 한다. 그리고 다른 은행들의 활동도 산업의 필요에 부응해야 한다.

이상의 수단을 통해 완전고용을 달성할 수 있다. 그러나 ‘만인을 위한 일자리’ 정책은 다음 장에서 설명할, 경제의 전반적 확장과 효율성에 대한 정책과 결합되어야 한다. 실제로, 만인을 위한 일자리를 보장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생활수준이 높아지게 되면(반드시 그렇게 되어야 하는데), 생산 수준도 높아져야 한다. 이것은 국민의 필요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산업 전반이 효율적이어야만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민을 위해 복무하는 산업

일부 산업은 전쟁의 시련을 겪으며 효율성과 확장의 풍부한 저력을 입증했다. 반면에 우리 경제 구조에 비해 상대적으로 낡은 일부 산업 설비의 경우를 보면, 전반적으로 혹은 부분적으로 성적이 좋지 않았다.

오늘날 우리는 경제 강국들과 더불어 살아간다. 이들 나라에서는 해를 거듭할수록 과학 기술이 성큼성큼 도약하고 있다. 영국이 이러한 진보에 뒤쳐져선 안 된다. 영국은 인류 지식과 기술이 제공할 수 있는 최상의 것들을 제공할 수 있도록 산업을 재편해야 한다. 그럴 때에만 우리의 인민은 대발견 시대의 성취를 온전히 수확할 수 있다. 그리고 영국은 강대국의 지위를 견지할 수 있다.

노동당은 영국의 기술자와 설계자들의 기술을 영국 과학자들의 기술과 결합시켜 동포를 위해 복무하도록 만들려 한다. 전파 탐지, 제트 엔진, 페니실린 등을 발명해낸 영국 과학자, 기술자들의 천재성이 평화 시기에도 십분 발휘되어야 한다.

각 산업은 이러한 기술을 국민 경제에 활용하기 위해 시험해보아야 했었다. 좋은 결과가 나오면 그것으로 좋은 것이고, 비효율적이고 성공하지 못한다면 정정하면 된다.

이러한 명제는 논쟁의 여지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전쟁 전의 반(反)-노동당 정부는 그것을 무시했다. 그래서 영국 산업의 거대한 영역이 불황과 혼란, 퇴보의 상태에 빠졌다. 수백만의 노동계급과 중간계급이 실업과 고용불안의 공포를 겪었다. 이러한 희생을 동정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우린 이것이 국민적 수치임을 분명히 확인해야 하며, 행동에 나서야 한다.

노동당은 사회주의 정당이다. 그리고 그것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국내에서 노동당의 궁극 목표는 대영 사회주의 연방을 건설하는 것이다. 자유롭고 민주적이며 효율적이고 진보적이며 공공성으로 충만하고 모든 자원이 영국 인민을 위해 쓰이는 나라를 건설하는 것이다.

하지만 사회주의는 하루밤새 이뤄지는 게 아니며, 주말의 혁명으로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다. 노동당원들은 영국 인민이 다들 그런 것처럼 무척 실용적인 사람들이다.

국민 경제에 직접 복무시킬 수단으로서 공적 소유나 관리의 대상으로 삼기에 충분한 조건을 갖춘 기초 산업들이 있다. 현재 훌륭한 성과를 보이고 있고 앞으로도 지금 그대로 쓸모 있는 활동을 벌이도록 놔두는 게 좋은 다수의 중소기업들도 있다. 또한 어떤 산업들은 공적 소유의 대상으로 삼기에는 아직 섣부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인의 생활수준을 저하시키면서 자본의 구조와 이윤을 고수하려는 행위, 즉 폭압적인 반사회적 독점이나 카르텔 담합을 통해 국가의 이해에 반하는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막고 국민의 필요에 부응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건설적 감독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노동당은 국민들에게 다음과 같은 산업 프로그램을 제시한다.

1. 연료와 전력 산업의 국공유화. 지난 이십 여 년 동안 영국의 가장 소중한 원자재를 생산해온 석탄산업은 수백 개의 잘게 쪼개진 기업들의 소유 아래 혼란을 거듭했다. 이들 기업을 공적 소유 아래 합병하면, 규모의 경제를 이루게 될 것이며, 전국 모든 탄광에서 생산 수단을 현대화하고 안전 수준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가스와 전력 사업을 공적 소유로 만들면, 가격은 낮추면서 낭비의 경쟁을 막고 연구 개발 협력의 길을 열게 될 것이며 그래서 결국은 분배의 비경제적 영역에서 개혁이 이뤄질 것이다. 이로써 다른 산업들이 이득을 볼 것이다.

2. 육로 운송의 국공유화. 철도, 도로, 항공 그리고 운하 같은 교통 서비스들을 하나로 통합하지 않고서는 이들을 조정한다는 게 불가능하다. 그리고 이들 서비스를 국공유화하지 않고서 통합하려 한다면, 민간 독점기업의 분파적 이해나 거드름에 맞서 끊임없는 투쟁을 벌여야 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다른 산업들이 위협을 받게 될 것이다.

3. 철강과 제철 산업의 국공유화. 민간 독점기업은 높은 가격을 유지하면서 비효율적인 고비용 공장을 존속시킨다. 오직 민간 독점기업을 국공유화할 때에만 이 산업 영역은 효율화될 수 있다. 철강․제철 산업을 적절한 보상을 지불한다는 조건 아래 사회화한다면, 이들 산업은 노동자들의 적절한 지위와 노동 조건을 보장하면서도 소비자의 요구에 부응하도록 효율적으로 작동하게 될 것이다.

4. 독점과 카르텔의 공적 감독. 이것은 산업 효율성을 높여 국민 경제에 복무하도록 만들기 위한 것이다. 반사회적인 폭압 행위들은 금지될 것이다.

5. 수출 교역을 위한 단호하고 선명한 프로그램. 우리의 수출 교역을 정상화하고 영국의 생존과 번영에 필수 불가결한 식량과 원자재를 구입하기 위해서라면 우리는 어떠한 형태로든 국가의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국가의 지원에는 조건이 있다. 효율적이며 진취적인 산업에 한해 지원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게으름뱅이와 훼방꾼은 더 나은 길로 인도되어야 한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실패할 여유가 없다.

6. 적절한 경제 통제, 물가 통제의 확립. 이것은 전시 경제를 평화 경제로 전환하는 데 우선순위를 분명히 하기 위한 것이며 또한 모든 시민(전역한 남성과 여성들을 포함하여)에게 공정한 역할을 부여하기 위한 것이다. 원자재 사용에는 우선순위가 있어야만 하며, 식량 가격은 동결되어야 하고, 소수의 사치재가 아니라 인민의 주택 건설이 우선시되어야 한다. 우리는 지난 번 전쟁 때 그랬던 것처럼 짤막한 호황 뒤에 붕괴가 닥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우리는 물가의 급상승과 인플레이션에 뒤따라 도산과 실업 대란이 발생하는 것을 원하지도 않는다. 건전한 경제 통제, 그것이 아니면 파산뿐이다.

7. 위와 같은 목표들을 이루기 위한 정부 부처 및 행정 업무의 개선. 정부 경제정책의 목적은 산업을 진작시키는 것이어야지 관료주의로 얽매이는 것이어선 안 된다.

영국 노동당 1974년 2월 총선 강령

“우리 함께 일하자

- 위기에서 벗어날 노동당의 길”

[해설] 1974년 2월 총선을 앞두고 영국은 심각한 경제․사회 위기에 빠져 있었다. 바야흐로 전후 자본주의의 황금기 이후 최초의 전 세계적 불황이 오일 쇼크(에너지 위기)라는 형태로 닥쳐오고 있었다. 그리고 대처 정부의 정책들을 예고하는 전임 히드 보수당 정부의 반(反)노동조합 정책 때문에 노자간의 대결도 심각한 양상을 보였다. 이런 가운데 실시된 총선에서 노동당은 37.1%를 얻어 보수당보다 지지율은 조금 뒤쳐졌으나 (소선거구제의 영향으로) 의석수는 보수당보다 앞선 301석(총 623석)을 차지했다. 그 결과, 1970년까지 수상을 역임한 바 있는 헤럴드 윌슨 당수를 중심으로 노동당 신정부가 구성됐다. 하지만 원내 과반수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에 불안한 집권일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여덟 달 뒤인 10월에 다시 총선이 실시됐다. 이때는 노동당이 39.2%의 지지로 총 319석을 확보해 과반수를 넘겼다. 그런데, 2월 총선이든 10월 총선이든 노동당이 내건 선거 강령은 내용상 큰 차이가 없었다. 그것은 이제까지 노동당의 선거 강령으로는 가장 급진적이며 사회주의적인 것이었다(심지어는 1945년 선거 강령보다도 더). 1970년 총선 패배 이후 노동당은 3년 동안 당내 좌파(토니 벤 하원의원이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와 TUC(노동조합총평의회, 말하자면 영국 노총)를 중심으로 열띤 노선 논쟁을 벌였고, 그 토론 결과가 1973년 당대회에서 당 공식 입장으로 채택됐다. 1974년 두 차례 총선 당시 노동당 선거 강령은 바로 이 당대회 강령을 반영하고 있었다. 이들 강령의 급진성은 공세적인 국공유화 정책에 있다. 초국적 자본으로부터 비롯된 영국 경제의 위기를 극복하려면 거대 독점 자본을 과감히 사회적 소유와 통제의 대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 원래 1973년 당대회 강령은 25대 대기업을 ‘국민기업위원회’를 통해 국유화하겠다고 명시하기까지 했다. 1년 뒤의 선거 강령에서는 그 내용이 좀 더 온건하게 표현되었지만, 그래도 고수익 사기업까지 국공유화의 대상으로 삼겠다는 입장만은 계속 견지했다. 그러나 막상 노동당 신정부는 선거 강령의 내용을 실현하는 데 소극적이었다. 국공유화 정책을 앞장서 추진하던 토니 벤은 정부 내에서 주변화됐고, 1976년 외환위기가 닥치자 정부는 오히려 선거 강령의 사회주의적 원칙과는 정반대인 시장지상주의 정책들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선진자본주의 국가에서 좌파의 도전이 좌절되면서 신자유주의 세계화 시대가 열리는 순간이었다(이러한 역사적 과정에 대해서는, 고세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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