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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nci.or.kr/bbs/board.php?bo_table=nci_news&wr_id=821


참여민주주의론을 통해 바라본 참여예산제도의 한계와 가능성

 

남동진(민주주의연구회 회원)

 

6.10지방선거의 성과 및 과제

 

전 국민들의 관심을 뜨겁게 달구었던 지난 6.10지방선거는 한나라당의 참패와 야권의 승리구도로 막을 내렸다. 선거 막판 천안함 사태라는 커다란 정치적 변수에도 불구하고 야권이 승리할 수 있었던 요인에는 무엇보다 이명박 정권에 대한 대중들의 반감이 크게 작용하였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는 현 정부에 들어 심각하게 역행되고 있는 민주주의에 대한 우려도 포함시킬 수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유래가 없었던 활발한 투표독려활동들과 15년만의 최고 투표율이라는 결과가 그러한 점들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결과들은 한편으로 우리에게 민주주의에 대한 새로운 고민들을 던져주고 있다. 이명박 정권이 출범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인 중에 하나는 다름 아닌 정치적 개혁주의에 한정되었던 기존의 민주주의에 대한 불만이었다. 김대중-노무현의 소위 10년간의 민주개혁정권기간동안 일정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사회경제적 문제들을 해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되면서(심지어 그 문제들을 심화시키는 정책까지 펼치게 되면서) 대중들은 그들이 이야기하는 민주주의에 대한 불신과 회의를 표현하게 되었다. 비록 지난 2년간의 경험들이 민주주의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일깨웠다고 할지라도 그것이 대중들의 삶에 밀접하게 연관되지 못한다면 결코 지속성을 담보할 수 없다. 진보정치의 미래 또한 여기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따라서 이번 선거의 결과로서 진보진영의 과제는 무엇보다 민주주의가 대중들의 피부에 와 닿을 수 있도록 당선된 기초단체장을 중심으로 진보정치를 올바르게 구현해 내는 것이다. 이것은 지방선거의 미학이라고 할 수 있는 풀뿌리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일과 연결되는 부분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선거로서 표상되는 ‘대의’뿐만 아니라 아래로부터의 ‘참여’가 동시에 요구된다는 점이다. 민주주의는 결코 선거의 문제만으로 환원될 수 없기 때문에 대의와 참여의 간극을 해소하는 문제는 매우 핵심적인 사안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그동안 대의제 민주주의가 강조되어왔던 한국적 맥락에서는 더더욱 중요한 부분이다.

 

대의제 민주주의를 넘어서- 참여민주주의

 

그러한 대의제 민주주의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제시되는 논의 가운데 참여민주주의이론이 있다. 참여민주주의는 루소와 밀의 전통으로부터 콜과 페이트만, 맥퍼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론가들에 의해 논의되어 왔던 이론이다. 이 모델을 정당화하는 원리는 자유․자기 계발에 대한 평등한 권리는 ‘참여사회’에서만 달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D.Held, 2010: 405).

 

그러한 ‘참여사회’는 정치적 효능감을 제고하고 집단적 문제에 대한 관심을 키우며, 통치 과정에 지속적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식견있는 시민의 형성에 기여하는 사회로 정의된다. 여기에서 핵심이 되는 개념은 바로 ‘참여’이다. 민주주의의 주체들이 지속적인 참여를 통해 스스로 배워나감과 동시에 그 체제를 유지․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는 것이 바로 참여민주주의의 주된 내용이라고 볼 수 있다.

 

이 글에서는 이러한 참여민주주의이론을 바탕으로 실제 그러한 참여민주주의의 일환으로 시행되었던 참여예산제도에 관해 간단히 다루어보고자 한다. 지난 2004년부터 광주 북구와 울산 동구에서 본격적으로 시행된 참여예산제도는 브라질의 뽀르뚜 알레그리시에서 시행되었던 참여예산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하여 예산결정과정에 주민의 참여를 개방하고 제도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참여예산제도는 ‘납세자주권의 실현’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지만 그 한계에 대해서도 다양한 지적들이 제기되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참여예산제도를 단순히 법제도적인 시각으로 환원시켜 바라보기보다는 민주주의라는 보다 넓은 지평에서 논의해 보자는 것이 이 글의 주된 문제의식이다.

 

참여민주주의에 대한 이론적 논의

 

1) 루소의 참여민주주의

 

참여민주주의에 관한 고전적 논의는 루소(J. J. Rousseau)로부터 출발한다. 루소에게 있어 참여는 단순히 제도적 질서에 대한 보완적인 장치이상의 의미를 지니는데 그러한 참여의 역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가 이야기하는 이상적․참여적 정치체계의 성격을 명확히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선 루소는 참여체계에 필수적인, 경제적 평등과 경제적 독립성을 보장하는 사회를 옹호했다. 이러한 조건은 모든 시민이 갖게 되는 안정과 독립에 필수적인 기초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그는 이러한 조건이 성립되면 서로간의 상호의존이 필연적이 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왜냐하면 참여의 상황은 시민들 각자가 다른 모든 사람들 또는 다수의 협조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그러한 것이기 때문이다. 즉 참여의 정식은 사람들은 그들 스스로 만든 정치적 상황의 작동논리에 의해 지배되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러한 정치적 상황이 개인의 지배 가능성을 ‘자동적으로’ 배제한다는 것을 의미한다(C.Pateman, 1992, 132~133).

 

이러한 루소의 논의를 통해 우리는 참여의 핵심적인 기능 세 가지를 파악할 수 있다. 우선 ①넓은 의미의 교육이라는 기능을 들 수 있다. 이는 개인이 다른 사람들의 협조를 얻자면 그 자신의 당면한 사적 이익보다 더 큰 문제들을 중시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공적 이익과 사적 이익은 연계되어 있다는 사실을 배우게 된다는 것으로 설명된다. 다음으로 ②자유롭도록 ‘강제된다’는 것인데 이는 참여가 개인으로 하여금 그 자신의 주인이 되도록 해줌으로써, 개인의 자유의 가치를 높인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다시 말해 이러한 기능은 개인이 좀 더 흔쾌히 받아들이게 될 집단적 결정을 가능하게 만드는 데 있다고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루소는 ③참여가 통합적 기능을 갖는다고 주장한다. 참여는 구성원들에게 공동체에 대한 의식을 높여주며, 이러한 경험은 개인을 사회에 귀속시키고 사회를 진정한 공동체로 발전시키는 도구적 역할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2) 존 스튜어트 밀의 이론

 

이러한 루소의 논의들은 존 스튜어트 밀(J. S. Mill)의 이론에서 더욱 강화되어 나타난다. 밀은 오직 대중적, 참여적 제도들이 존재하는 상황에서만 공공정신이 충만한 ‘능동적’유형의 성격이 자란다고 보았으며 책임있는 사회적, 정치적 행동은 개인들이 정치적으로 행동하게 되는 제도의 종류에 크게 좌우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그는 『정치경제학원리』라는 저서를 통해 지방민주주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데 지방 수준에서 개인이 이러한 참여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보통선거와 중앙정부에 대한 참여는 아무 소용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밀이 보기에 참여가 실질적인 교육의 효과를 낳는 곳은 다름 아닌 지방 수준에서부터인 것이다. 이러한 점들은 루소가 이야기했던 참여의 교육적 기능이라는 가설에 좀 더 확장된 차원을 적용시킨 측면으로 이해될 수 있다(C.Pateman, 1992, 132).

 

밀의 이론에서는 좀 더 흥미로운 측면이 존재하는데 앞서 언급했던 확장된 차원에 사회생활과 산업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영역이 포함된다는 사실이다(C.Pateman, 1992, 135). 그는 현대세계에서 민주주의가 불가피하다고 생각했던 것처럼 산업에서 일정한 형태의 협동 역시 불가피한 것으로 보았다. 즉 작업장 안에서의 고용주-고용자 관계라는 권위관계가 고용자들의 전체 기구에 의해 선출되는 관리자들과의 협동 또는 평등의 관계로 전화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노동자들이 작업장의 ‘관리’에 참여함으로써 가능해 진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러한 밀의 주장들을 좀 더 일반화시켜보면 국가 수준의 민주적 정체의 작동에 필요한 개인들의 자질은 오직 모든 정치체계의 권위구조들의 민주화를 통해서 발전할 수 있다는 결론을 도출해 낼 수 있게 된다.

 

3) 콜의 길드사회주의론

 

밀의 논의를 통해 우리가 주목할 수 있는 부분은 ‘참여민주주의’가 국가적 수준의 ‘제도적 장치들’보다 훨씬 더 넓은 의미의 어떤 것을 지칭하게 된다는 점이다. 이 점은 길드사회주의론에 관한 콜(G. D. H. Cole)의 이론에서 보다 자세히 논의되고 있다. 여기에서는 참여적 사회가 조직되고 출현하는 방식에 대한 상세한 구상이 중요한 관심사로 제시되고 있는데 이러한 측면에서 그의 이론은 루소의 통찰력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려는 시도로 평가되고 있다(C.Pateman, 1992, 137~138).

 

콜은 사람들이 자신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으면서 의지를 행동으로 옮기기 위해서는 결사체를 조직하고 통제하는데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앞의 이론들과 마찬가지로 그의 핵심은 참여의 사상이다. 개인은 ‘자기통치’를 하기 위해서 자신이 속해 있는 모든 결사체의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할 뿐 아니라 결사체들 역시 자기 고유의 문제들을 통제하는 데 자유로워야 한다.

 

이러한 결사체이론을 민주주의 이론과 연결시켜보면 현제의 대의제 형태에 대한 두 가지 비판이 가능해진다(C.Pateman, 1992, 140). 첫째, 기능의 원리가 간과되기 때문에, 어떤 잘 정의된 기능에 관해서 개인이 대표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 전체로서 그리고 모든 목적에 대해 대표될 수 있다고 가정하는 오류가 저질러지고 있으며 둘째, 현재의 의회제도 아래서 선거인은 그의 대표자에 대한 실질적인 선택권을 가지거나 통제력을 가지지 못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콜에게 있어 민주적 원리는 정치적 문제들뿐 아니라 산업적이고 경제적인 문제들에 대해서도 충분히 적용되어야 하며 이점에서 참여의 교육적 기능은 여전히 핵심적인 부분이라고 볼 수 있다(C.Pateman, 1992, 141).

 

콜의 관점에서 ‘투표함의 추상적 민주주의’는 결코 진정한 정치적 평등을 의미하지 않으며 오히려 보통선거는 정치적 권력이 아주 불평등하게 나누어져 있다는 사실을 은폐한다. 이는 사람들이 실제로 작업장 내에서는 ‘굴종되도록’ 훈련되고 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오직 작업장에서 개인이 자기통치를 실현할 수 있을 때 민주주의는 가능하게 되며 이러한 측면에서 콜은 자본주의적 조직에 반대하여 산업에서의 참여체계를 주장하게 된다(C.Pateman, 1992, 143~144).

 

그 내용은 첫째, ‘경영자’집단, 기업의 일에 통제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의 더 이상 존재하지 않고 하나의 평등한 의사결정자 집단만이 존재할 것. 둘째, 보통사람들에게는 실업의 공포를 없애주고 따라서 다른 지위의 차별, 고용기간의 안정성에 대한 불평등을 제거할 것.

 

이러한 참여체계의 결과로서 그는 이윤동기는 자유로운 봉사의 동기로 대체되고 노동자들은 그들의 노력이 공동체 전체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는 참여민주주의론을 뒷받침하는 주요한 원리로 평가된다.

 

4) 종합된 논의들

 

지금까지의 이론들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참여민주주의론은 개인과 제도가 분리되어 고려될 수 없다는 핵심적인 주장에서 출발한다. 따라서 국가 수준에서의 대의제의 존재는 민주주의에 불충분하며 사회를 구성하는 개개인의 발전은 오직 참여과정 그 자체를 통해 발전하게 된다. 참여의 주요한 기능은 가장 넓은 의미의 교육적 기능이며 참여의 체계는 참여과정의 교육기능을 가진 자기유지적 체계이다.

 

민주적 정체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그 사회의 모든 정치 체계들이 민주화되고 참여를 통한 사회화가 모든 영역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참여적 체계의 정당화는 무엇보다 참여과정에 따른 인간적 결과들에 따라 이루어지며 여기에는 단순한 투입, 산출로 그치는 것이 아닌 피드백이 이루어지는 모델이 상정된다.

 

민주주의 이론의 대가로 평가받는 데이비드 헬드의 경우 이러한 참여민주주의론이 가지는 핵심적 특징을 현대적 맥락에서 다음과 같이 도출하고 있다(D.Held, 2010: 405).

 

• 직장과 지역공동체를 비롯한 사회의 주요 제도를 조정하는 데 시민이 직접 참여

• 정당 간부들로 하여금 직접 당원들에게 책임지게 함으로써 정당 체제를 재조직

• 의회제 구조 내에서 ‘참여적 정당들’이 작동

• 여러 정치형태의 실험이 가능하도록 보장하는 제도적 개방 체계를 유지

 

한국의 참여예산제도

 

그렇다면 한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참여예산제도는 과연 이러한 참여민주주의이론에 잘 부합하고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하기 이전에 먼저 참여예산제의 도입목적과 그 실태에 대해 간략히 살펴볼 필요성이 제기된다.

 

근대적 의미의 예산제도가 확립된 이후 각국의 예산운영은 국민의 대리인인 행정부(관료)와 입법부(의원)간의 견제와 균형을 바탕으로 한 대의민주주의의 틀 속에서 이루어졌다. 그 결과 관료와 의원들의 지대추구행위와 대리인 문제가 심각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관료주도의 예산편성과 의회중심의 예산심의’의 틀을 깨지는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나중식, 2005).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등장하게 된 것이 바로 주민참여예산제도이다. 브라질의 뽀뚜 알레그리시에서부터 시행되어 성공적인 참여민주주의제도로 평가받고 있는 이 제도는 우리나라에서도 참여정부가 출범한 이후 정권차원에서 하향적으로 추진되었다.

 

구체적으로 「참여정부 지방분권추진 로드맵」과 「재정․세제개혁 로드맵」에서 이 제도의 도입계획을 밝힌 바 있고, 행정자치부는 2004년도 지방자치단체 예산 편성지침을 통하여 주민참여형 예산편성제도의 정착을 제시하였다(나중식, 2005). 이러한 정책지침에 따라 2004년부터 광주광역시 북구에서 최초로 시행되었으며 2010년 6월 현재 광주 서구와 대전 대덕구, 그리고 울산 동구와 서구에서 각각 시행되고 있다.

 

주요 내용은 지방자치단체의 예산편성과정에 해당 지역 주민이 직접 참여하도록 하는 제도로서, 예산의 투명한 공개, 주민의 참여를 통한 예산의 우선순위 결정, 지방자치단체와 주민대표의 협의를 통한 실현가능한 예산안 편성, 지방의회 심의․의결 등의 단계와 절차를 거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김도윤, 2009).

 

성과 및 한계

 

이러한 참여예산제는 지방분권의 핵심사항인 재정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지역의 재정건전성 확보와 행정 투명성 제고를 통하여 재정자치 구현에 이바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지니고 있다고 평가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한계지점들도 여러모로 지적되고 있다.

 

참여예산제에 대해 지금까지 연구해온 여러 논문들이 공통적으로 제기하는 문제점은 바로 정부주도의 하향적 도입전략으로 인해 법제도와 주민들의 참여 사이에 생겨나는 간극이다(나중식, 2004; 박미옥, 2006; 김도윤, 2009). 이는 대표성의 한계를 내재한 제도와 과소 혹은 과대대표, 주민이 아닌 관료중심의 제도적 관행이라는 한계점에서 비롯되며 그 결과로서 자칫 주민참여라는 상징성만을 강조하는 형식적인 예산행정개혁으로 전락할 위험 또한 배제할 수 없게 되었다. 실제 몇몇 지자체들의 참여예산 도입 움직임이 턱없이 부족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경우도 많아서 그 운영이 과연 시민들의 장벽 없는 참여를 보장하느냐 하는 문제가 자연스럽게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앞선 이론적 논의에 비추어보면 이러한 개혁적인 제도 또한 마찬가지로 참여의 메커니즘과 분리시켜 고려될 수 없다. 즉 한국에서 이러한 시도들이 부딪히는 한계들이 제도적인 결함만으로 설명될 수 없는 위치에 있음을 뜻한다. 참여의 체계는 참여과정의 교육기능을 가진 자기유지적 체계라는 점을 되짚어 봤을 때 한국에서의 참여예산제도가 단순한 법제도화를 넘어선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점을 바로 인식할 수 있게 된다.

 

브라질의 사례- 뽀르뚜 알레그리시의 참여예산제

 

이점에 있어 브라질의 뽀르뚜 알레그리시의 참여예산 프로그램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이호(2007)는 뽀르뚜 알레그리의 성공요인으로서 크게 네 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첫째, 지역 풀뿌리 운동의 활성화를 들 수 있는데, 브라질의 사회운동에서 매우 강력한 세력을 형성하고 있었던 주민 조직들이 요구 투쟁의 한계를 일찍 체험하고, 그 대안으로서 스스로 참여를 통해 예산을 결정하는 참여예산 프로그램을 시 정부에 먼저 요구하게 된 것이다. 만약 이러한 지역사회의 주민조직기반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이러한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았을 것이고 설사 그것이 누군가에게 수용되었다 하더라도 이토록 짧은 기간에 활성화되기 힘들었다는 것이다.

 

둘째, 집권당의 권력 분점과 주민참여 우선 정책으로서 16년동안 시 정부를 장악한 브라질 노동자당의 노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이 정치세력은 권력을 주민들에게 양도하는 동시에 참여하는 주민들의 생각이나 요구를 항상 우선순위에 둠으로서 그러한 참여체계의 활성화에 크게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

 

셋째, 주민들에게 자신의 결정권을 체험하게 해줌으로써 실제 주민들의 활발한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뽀르뚜 알레그리의 참여예산이 경직된 제도가 아닌 유연한 정책이라는 점인데 이는 제도로 규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시 행정부의 결정에 따라 자의적으로 쉽게 폐지될 수 있다는 단점을 가지지만 반면에 제도화를 피함으로써 시의회의 저항을 줄일 수 있었던 동시에 대의민주주의와의 충돌지점을 극복해 낼 수 있었다. 오히려 참여예산은 시민들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획득하게 되면서 시 행정부와 의회가 그것을 지속적으로 시행하지 않을 수 없는 여건이 조성되었다는 점은 눈여겨 볼 부분이다.

 

이는 참여적 체계의 정당화는 무엇보다 참여과정에 따른 인간적 결과들에 따라 이루어진다는 참여민주주의의 논의들을 잘 반영하는 사례라고 평가 할 수 있겠다.

 

참여예산제와 참여민주주의- 앞으로의 과제

 

이글에서 구체적인 정책적 제언까지 언급하는 데에는 다소 한계가 있지만 앞선 이론적 논의들과 브라질의 사례를 종합시켜보면 몇 가지 과제들을 제시할 수 있다.

 

우선 예산참여시민위원회의 인원제한에 관한 문제이다. 주민참여예산제도를 실시하는 대부분의 자치단체장에서는 참여주민의 인원을 제한하고 있는데 이는 지역 토호들이나 유지들에 의해 주민들의 여론이 왜곡될 수 있을뿐더러 결국 그들간의 나눠먹기식 정책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만약 행정적인 한계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제한하게 된다면 공모제가 아닌 무작위 추첨제 같은 방법들이 고려되어야 한다고 본다.

 

여기에 더하여 참여 주체들 사이의 지속적인 토론과 교육이 필요할 것이다. 주민들이 이 제도에 대해 이해하고 필요성을 절감하게 될 때 지속적인 참여가 가능하게 되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주민들의 요구들을 실제 정책으로 담아낼 수 있는 전문성 또한 보완되어야 할 지점이다.

 

끝으로 이러한 참여예산제도는 장기적인 전망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수정 및 보완해 나가야 한다. 브라질의 사례를 한국에 그대로 적용시키기에는 다소 무리가 따를뿐더러 제도만 가져옴으로서 우리 시민사회의 역량 내지는 맥락들이 고려되지 않았던 과정들이 있었는데, 앞으로는 시행착오들을 통한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참여의 범위를 점차 확대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특히 진보진영이 당선된 자치단체장들의 경우 이러한 제도들을 시행함에 있어 구체적인 ‘전략’을 바탕으로 해야 함은 물론이다.

 

무엇보다 한국에서 시행되는 참여예산제도는 제도적 보완을 넘어 주민들의 실질적인 참여가 어떻게 가능할 지에 대한 심도 깊은 고민들이 필요하다. 위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참여예산제도는 단지 효율적인 예산집행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아직까지는 그 성과가 크게 드러나고 있지는 않지만 참여예산제도는 여전히 참여민주주의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유력한 실험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리고 이러한 실험들 속에서 진보진영이 구현해야 될 진정한 풀뿌리민주주의의 모델들이 탄생하게 될 것이다.

 

21세기형 사회주의를 꿈꾸는 베네수엘라의 차베스대통령은 가난을 끝장내는 방법은 빈민들에게 권력을 주는 것이라고 했다. 마찬가지로 참여예산제도 또한 궁극적으로는 참여주체들이 실질적인 권력을 행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는 민주주의 발전과도 연결되는 부분으로서, 참여의 교육적 기능이라는 측면을 다시 한 번 떠올려 본다면 민주주의의 발전은 이러한 상호작용 속에서 성장하는 참여주체들을 통해 가능케 될 것이다. 진보정치의 미래도 바로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고 기대된다.

 

참고문헌

Pateman. C. 1992, 이유동 옮김, “참여민주주의” 『현대민주주의론Ⅱ』, 창작과 비평사 Held. D. 2010, 박찬표 옮김, 『민주주의의 모델들』, 후마니타스

김도윤. 2009, “심의민주주의의 가능성과 한계”, 한국사회학회 2009 전기사회학대회 논문

나중식. 2004, “주민참여예산제도의 운영모형에 관한 비교연구 : 브라질ㆍ미국ㆍ한국을 중 심으로”, 지방정부연구 제9권 제2호

박미옥. 2006, “한국 지방정부의 주민참여예산제도의 실태분석”, 한국인사행정학회보 제5권 제2호

이호. 2007, “풀뿌리 민주주의 실험, 참여예산제”, 환경과 생명 통권 5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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